신약개발, '시작'부터 '글로벌'이 중요하다


권세창 한미약품 연구소장


지난해 11월 5일과 9일, 잇따라 거대 계약을 성사시킨 뒤 각종 미디어와 지인들로부터 아주 많은 연락과 축하인사를 받았다. 내색은 안 했지만 이후 주말을 멍멍한 상태로 보냈다. 주마등처럼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20년 전, 석사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편안히 연구하던 내가 연구원 5명에 불과한 한미약품으로 옮겼던 것은 약사였던 아내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열심히 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곳이라는 평가가 있었고, 작은 회사였지만 10년 뒤가 기대된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입사를 결정했다.


실제로 회사에 들어온 후 가장 놀랐던 것은 ‘글로벌 제약회사가 되겠다’는 경영진들의 강한 의지였다. 바이오 시밀러를 연구하고 검토하다가 혁신적 신약기술 개발, 그 중에서도 외국의 소수 업체에서만 갖고 있던 반감기 연장 신약 플랫폼 기술개발로 방향을 잡은 것도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을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꿈만 세계무대가 아니라 실제 실행도 국제적 기준으로 움직였다. 2004년, 본격적으로 랩스커버리 기술 개발에 돌입하며 당시 연구소장이었던 이관순 대표와 바이오신약팀장이었던 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 무조건 해외로 뛰어다녔다. 3년간 기회만 닿으면 다국적기업들을 다니며 기술개발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고, 연구센터 시설 보다는 그들의 생각과 눈 높이를 맞추는데 주력하였다. 만나고 수차례의 수정을 거쳐서 2006년경 그렇게 랩스커버리 1차 버전이 완성됐고, 2007년 당뇨 신약을 개발하는 ‘퀀텀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됐다.


연구원 수는 어느새 30명이 되었는데 우리 연구진은 모두 이 과제에 투입되었다. 회사는 우리 과제에 전체 연구비의 많은 부분을 투입했고, 적자일 때도 매출액 대비 20%가 넘는 돈이 꾸준하게 투자가 되었다. 각오는 했지만 성공에 대한 부담감에 연구진들은 회사 한 구석에서 쪽잠을 자며 연구에 몰두했다.  


2010년에는 매일 맞아야 하는 인슐린 주사를 3~4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도록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나름 기대를 가지고 회의에서 보고했지만, 이야기가 끝나자 임성기 회장님은 고개를 저으시며 “주 1회가 아니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당시 기준에서 상당히 획기적인 기술이었지만 그 정도 경쟁력으로는 해외시장에서 약하다고 판단하신 거였다. 이후 주 1회 투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고, 주 1회 투여하는 인슐린과, 월 1회 투여하는 당뇨병 치료제의 글로벌 임상2상에 성공했다. 회장님의 예상대로 기술이 진보하자 다국적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협상을 제안해왔다.


지난해 기술수출을 토대로 8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자 많은 사람들이 한미약품의 성공비결을 분석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R&D에 대한 경영진들의 뚝심 있는 투자가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은 맞지만, 우리가 시작부터 ‘글로벌’을 기준이자 목표로 삼았던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미약품은 아주 오랫동안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힘썼고,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ABM이라는 사내 학회를 매년 2회 정도 개최해 다국적 기업들의 핵심 리더들을 초청해 신약개발과 관련된 고견을 다양하게 듣고 있으며, 연구원들도 매년 학회 컨퍼런스에 참여한다. 처음에는 학회 참석만 해서 동향만 살폈지만, 점차적으로 기술개발 발표 기회를 늘리게 됐다. 지난해 신약 퀀텀 프로젝트 관련 발표를 해외 학회에서 10번 이상 진행하며 많은 관심과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기술 수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한미약품은 해외학회 발표 성과를 책자로 만드는데 아마 국내 제약사 중에는 최초가 아닐까 싶다.


최근 주변에서 덕분에 제약업계가 다시 활기를 띄게 됐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내를 넘어 국가적인 칭찬을 받으니 연구진들도 매우 뿌듯해하고 있다. 


최근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행사를 통하여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수출 경험과 노하우 등을 공유함으로써 제약바이오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하고자 하였고, 서로가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신약개발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완벽히 깰 수 있도록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성공을 기원해 본다.





권세창 소장은?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대학원 동물자원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경인더스트리 생물학팀을 거쳐 1996년 한미약품 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입사, 2012년부터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올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미약품은?

1973년 설립된 한미약품은 현재 랩스커버리 기술을 접목해 당뇨, 성장호르몬, 호중구감소증 등 6건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6건 가운데 5건은 이미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사노피 아벤더스에 39억유로(한화 약 4조9000억원)를 받고 당뇨 신약 기술 '퀀텀 프로젝트'를 수출했으며, 미국 제약업체 얀센에는 1조원 규모의 당뇨·비만 치료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현재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랩스커버리(LAPscovery)는?

롱(Long) 액팅(Acting) 프로테인 펩타이드(Protein peptide) 디스커버리 테크놀로지의 조합어로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 지속 시간을 연장해주는 자체개발 핵심기반 기술이다.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당뇨병 신약은 매일 투약에서 최장 월 1회까지 투약횟수와 투여량을 줄여 저혈당쇼크,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 발생을 낮췄다. 


Posted by 코디네이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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