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에서 인간 장기를 생산하다

 

 

 

 

 

 

 

 

오 요 한  조교수

한양대학교 의학과, 의생명공학전문대학원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십이지(十二支) 중 하나인 돼지()는 인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의 동물이다. 진화적으로 돼지는 8천만 년 전 인간과 갈라졌지만, 사회적으로는 1만 년 전부터 인간에 의해 가축화되기 시작하면서 인간과 다시 가까이 지내게 된다. 인간의 중요한 단백질 보충원이 되었던 돼지는 현재 인간 장기 생산을 위한 호스트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클론 혹은 다른 동물에서 인간의 장기를 키워낸 후 자신의 망가진 장기를 그것과 교체하는 미래 사회를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돼지 속에서 자라나는 인간 장기라니, 공상 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그간 장기 이식 외에는 별 다른 대안이 없는 환자들은 실제로 기증자를 구하기 어려워 본인과 그 가족들은 긴 시간 동안 고통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앞으로 도쿄대/스탠퍼드대 소속 Hiromitsu Nakauchi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에서 발표할 연구계획을 아마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1. 일본에서는 올해 봄부터 동물의 체내에서 인간의 장기를 만드는 연구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Hiromitsu Nakauchi 연구팀에서는 돼지의 몸 속에서 인간의 췌장을 만드는 연구계획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1. 본 기고문에서는 이런 연구가 가능하게 된 과학적 배경과 앞으로의 연구방향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종(異種) 장기이식을 향하여

Hiromitsu Nakauchi 연구팀은 2010년 이종 배반포 보완법(interspecies blastocyst complementation)이란 기술을 이용해 쥐(rat)의 췌장을 생쥐(mouse)에서 만들어 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2. 흥미로운 것은 호스트 동물의 장기 크기에 맞춰 넣어준 만능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 PSC)에서 유래된 장기 크기가 맞춰진다는 사실이다. 이에 이어 쥐의 배반포에 당뇨병 모델 생쥐의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SC, iPSC)를 주입해 만든 췌장으로부터 췌도(랑게르한스 섬)를 분리해 다시 당뇨병 모델 생쥐에게 자가 이식해 혈당조절에 성공한 연구 결과도 발표하였다3.

 

배반포 보완법이란 특정 운명을 가진 세포나 조직, 장기가 발생되지 못하는 돌연변이를 가진 배반포에 정상 PSC를 주입하여 정상적인 배아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통해 태어난 개체는 유래가 다른 두 가지 종류의 세포들이 몸 속에 섞이게 되므로 키메라(chimera)라고 불리며, 호스트 배반포로는 생성될 수 없었던 장기의 위치에서는 넣어준 PSC에서만 유래된 장기가 만들어지게 된다. 생쥐의 배반포에 류큐쥐 내세포괴(inner cell mass)를 주입하여 이종 키메라를 만든 연구는 1980년에 처음으로 보고된 바 있다4 (이 연구 이전에 쥐-생쥐 키메라를 만들었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워낙 섞인 비율이 낮아 이 보고를 최초라 기술하겠다).

 

이후 28년이 지나서야 생쥐의 배반포에 북숲쥐 PSC를 주입하여 이종 키메라가 만들어졌다 (PSC를 주입한 최초의 이종 키메라)5.PSC중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ESC)는 내세포괴를 분리해 얻어진다. 생쥐 같은 설치류의 ESC는 배반포에 주입하면 키메라가 잘 형성되는 완전만능줄기세포(naïve PSC)의 성질을 지닌다. 하지만 인간 ESC의 경우 설치류와 마찬가지로 착상 전 배반포에서 얻어졌음에도 불구하고6, 키메라를 잘 생성하지 못 한다 (인간 iPSC 역시 배반포에 주입 시 키메라 형성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인간 ESC/iPSC는 설치류의 착상 후 배반엽상층(epiblast)에서 유래한 배반엽상층줄기세포(epiblast stem cell, EpiSC)와 그 모양과 성질이 비슷하여 준만능줄기세포(primed PSC)로 여겨진다7,8. 그러다 보니 인간 PSC를 이용한 키메라 연구는 윤리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2006년 생쥐의 배반포에 인간 ESC를 주입한 연구가 발표되었는데, 윤리적인 이유로 착상 후 발생과정을 진행할 수 없었으나 다양한 체외(in vitro) 실험과 분화실험들로 보았을 때 인간과 생쥐의 키메라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9. 2017년에 인간 PSCnaïve PSC로 전환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이용하여 돼지와 소의 배반포에 주입하여 인간의 세포가 일부 포함된 키메라가 형성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10. 좀 더 최근에는 한 중국 그룹에서 naïve PSC가 아닌 primed PSC이더라도 배반포에 넣어줄 때의 조건을 잘 조절하면 인간-유인원 키메라가 형성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11.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멀었으나, 배반포 보완법을 이용한 키메라 장기(chimeric organ) 제작은 지금까지 몇 가지 성공 사례가 보고되었다. 생쥐 배반포에 넣어준 생쥐 PSC로부터 T/B 림프구 제작12, 생쥐 배반포에 넣어준 생쥐 PSC로부터 수정체 제작13, 생쥐 배반포에 넣어준 생쥐 PSC로부터 췌장 제작2, 생쥐 배반포에 넣어준 쥐 PSC로부터 흉선 제작14, 생쥐 배반포에 넣어준 생쥐 PSC로부터 신장 제작15, 돼지 배반포에 넣어준 다른 돼지의 난할구(blastomere) 세포로부터 췌장 제작16, 쥐 배반포에 넣어준 생쥐 PSC로부터 췌장 제작3, 등이 그것이다.

 

 

 

그림. 이종 키메라 보완(interspecies chimeric complementation)

* modified from Wu & Belmonte, Cell Stem Cell 17, 509-525(2015) 재가공

 

 

왜 돼지인가?

돼지는 인간과의 진화적 거리(evolutionary distance)가 생쥐보다도 멀다. 오히려 유인원처럼 인간과 진화적 거리가 가까운 동물이 인간 장기의 생산에는 더 적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과 장기 크기 및 생리학적으로 유사한 돼지는 오래 전부터 인간 장기 생산을 위한 전초기지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그 기반 연구가 제법 탄탄하다. 게다가 다행히(?) 지놈 시퀀싱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돼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생각보다 많이 유사했는데 특히 조직이나 장기 모양을 결정짓는 유전자들이 매우 유사했다17. 또한 인간의 비만, 당뇨,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 부위가 돼지에서도 112개가 발견되었다17. 사육에 대한 비용적인 측면과 개체가 자라는 속도를 고려했을 때 역시 돼지가 인간 장기 생산용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돼지에게도 인간 장기 생산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어도 두 가지 있다. 첫번째는 돼지내재레트로바이러스(porcine endogenous retrovirus, PERV)의 문제이고, 두번째는 이종 이식에서 오는 면역 거부 반응 등의 문제이다. 첫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버드대 George Church 교수와 바이오 기업 eGenesis 연구진은 지놈 시퀀싱 분석을 통해 PERV가 포함된 25군데 지역을 찾아내어 모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제거했고, 이들 세포를 복제해 PERV가 없는 돼지를 생산해냈다18. 두번째 문제인 면역 거부 반응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인간-돼지 배반포 보완법에 의한 이종 키메라 장기 이식에 어떤 방법들이 어떤 조합으로 사용 가능할지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 이식해 6개월 이상 생존시킨 최신 연구19를 바탕으로 두 번째 문제의 해결을 위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배반포 보완법의 한계와 윤리적 문제

배반포 보완법의 가장 큰 한계는 우리가 얻고자 하는 장기만 결손된 배반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췌장의 경우 Pdx1 유전자는 초기 췌장 발생에 관여할 뿐 다른 장기나 생명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므로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볼 수 있으나, 한 두가지 유전자에 의해 하나의 장기 발생이 전적으로 조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특정 유전자의 제거에 의해 사라지는 장기와 함께 다른 기능도 분명히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소로 하는 기술의 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배반포에 주입했을 때 키메라를 형성할 수 있는 인간의 PSC와 우리가 얻고자 하는 장기를 만들어낼 수 없는 돼지/원숭이 등의 배반포를 확보했을지언정 당장 인간의 장기를 제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면역 거부 반응을 완전히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동물에서 자라난 인간의 장기는 체온과 혈압, 혈액이나 체액 조성 등이 인간의 것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기 때문에 다시 인간에게로 이식되기 위해서는 이들 환경 요인의 변화를 쉽게 적응시켜 줄 방법이 앞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윤리적으로는 더욱 더 복잡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인간의 세포를 동물세포와 섞어 키우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을 느낄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혹시나 인간화된 돼지가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충분히 가능하다. 반대로 돼지의 측면에서는 인간의 장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육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옳은가 하는 문제도 있다. 이종 장기 이식을 꿈꾸는 과학자들이라면 이들 윤리적인 문제를 심사숙고하여 연구를 계획해야 할 것이고, 이종 키메라 장기의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만큼의 설득력을 지닌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일본에서의 규제가 풀려 인간-동물 키메라 장기에 대한 연구의 활성화가 기대되지만 이제 시작 단계이다. 신중하게 접근하여 탄탄히 기본을 쌓아 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전 세계를 경악시켰던 유전자 조작 아기 사건처럼 기술적 진보에 도취되어 사회적 수용성을 넘어서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만약 이런 키메라 연구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항상 이런 위험성을 생각해가며 모든 방면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필자는 이들 연구가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이라 여기므로 앞으로의 이종 장기 이식 연구에 대한 응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참고문헌

1       Tokyo U. professor to apply to make human pancreases in pigs (from The Mainichi news). https://mainichi.jp/english/articles/20181208/p2a/00m/0na/008000c

2       Kobayashi, T. et al. Generation of rat pancreas in mouse by interspecific blastocyst injection of pluripotent stem cells. Cell 142, 787-799 (2010).

3       Yamaguchi, T. et al. Interspecies organogenesis generates autologous functional islets. Nature 542, 191-196 (2017).

4       Rossant, J. & Frels, W. I. Interspecific chimeras in mammals: successful production of live chimeras between Mus musculus and Mus caroli. Science 208, 419-421 (1980).

5       Xiang, A. P. et al. Extensive contribution of embryonic stem cells to the development of an evolutionarily divergent host. Hum. Mol. Genet. 17, 27-37 (2008).

6       Thomson, J. A. et al. Embryonic stem cell lines derived from human blastocysts. Science 282, 1145-1147 (1998).

7       Brons, I. G. et al. Derivation of pluripotent epiblast stem cells from mammalian embryos. Nature 448, 191-195 (2007).

8       Tesar, P. J. et al. New cell lines from mouse epiblast share defining features with human embryonic stem cells. Nature 448, 196-199 (2007).

9       James, D., Noggle, S. A., Swigut, T. & Brivanlou, A. H. Contribution of human embryonic stem cells to mouse blastocysts. Dev. Biol. 295, 90-102 (2006).

10     Wu, J. et al. Interspecies Chimerism with Mammalian Pluripotent Stem Cells. Cell 168, 473-486 e415 (2017).

11     Kang, Y. et al. Improving Cell Survival in Injected Embryos Allows Primed Pluripotent Stem Cells to Generate Chimeric Cynomolgus Monkeys. Cell Rep. 25, 2563-2576 e2569 (2018).

12     Chen, J., Lansford, R., Stewart, V., Young, F. & Alt, F. W. RAG-2-deficient blastocyst complementation: an assay of gene function in lymphocyte development. Proc. Natl. Acad. Sci. U. S. A. 90, 4528-4532 (1993).

13     Liegeois, N. J., Horner, J. W. & DePinho, R. A. Lens complementation system for the genetic analysis of growth, differentiation, and apoptosis in vivo. Proc. Natl. Acad. Sci. U. S. A. 93, 1303-1307 (1996).

14     Isotani, A., Hatayama, H., Kaseda, K., Ikawa, M. & Okabe, M. Formation of a thymus from rat ES cells in xenogeneic nude mouse<-->rat ES chimeras. Genes Cells 16, 397-405 (2011).

15     Usui, J. et al. Generation of kidney from pluripotent stem cells via blastocyst complementation. Am. J. Pathol. 180, 2417-2426 (2012).

16     Matsunari, H. et al. Blastocyst complementation generates exogenic pancreas in vivo in apancreatic cloned pigs. Proc. Natl. Acad. Sci. U. S. A. 110, 4557-4562 (2013).

17     Groenen, M. A. et al. Analyses of pig genomes provide insight into porcine demography and evolution. Nature 491, 393-398 (2012).

18     Niu, D. et al. Inactivation of porcine endogenous retrovirus in pigs using CRISPR-Cas9. Science 357, 1303-1307 (2017).

19     Langin, M. et al. Consistent success in life-supporting porcine cardiac xenotransplantation. Nature 564, 430-43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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